시(詩)/시(詩)

박주택 - 폐점(閉店)

누렁이 황소 2021. 4. 30. 15:44

 

문을 닫은지 오랜 상점 본다

자정 지나 인적 뜸할 때 어둠 속에 갇혀 있는 인형

 

한 때는 옷을 걸치고 있기도 했으리라

그러나 불현듯 귀기(鬼氣)가 서려 오고

등에 서늘함이 밀려 오는 순간

 

이곳을 처음 열 때의 여자(女子)를 기억(記憶)한다

창을 닦고 물을 뿌리고 있었다

옷을 걸개에 거느라 허리춤이 드러나 있었다

아이도 있었고 커피잔도 있었다

 

작은 이면도로 작은 생(生)의 고살길

오토바이 한 대 지나가며

배기가스 뿜어대는 유리문 밖

 

어느 먼 기억들이 사는 집이 그럴 것이다

어느 일생(一生)도 그럴 것이다

(그림 : 이미경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