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장성희 - 쌀밥

누렁이 황소 2021. 4. 24. 18:05

 

얼마나 많은 시간을 먹었는데

아직도 그립다 하며 빈 수저를 핥는다

식욕을 물려받고 수저 쥐는 법을

누구에게 배웠는지 잊지도 않는다

나는 나의 아름답지 않던 모든 시절을 믿는다

당신의 손에는 너무도 많은 물이 담겨 있다

잡으려 할 때마다 파문이 일고 자리마다 검버섯이 자란다

기어코 손등까지 차오르던 고요

당신에게 건넬 말을 물고 오물대던 순간들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을 먹을 수 있을까

묻던 말만 가득 담긴

빈 그릇 빈 수저

(그림 : 변응경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