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윤석정 - 마흔

누렁이 황소 2021. 4. 18. 12:02

 

매일 전철을 탔는데 마흔 즈음에 마흔은 휘어진 마음을 뚫고 달려오는 전철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흔 먹은 독수리처럼 부리는 길어질수록 휘었고 발톱은 안쪽으로 말렸으므로

마흔은 함부로 나불거리거나 아무나 할퀼 수 없다

마흔은 사직서를 마음에 개켜 놓았고 처자식이 두터운 날개였으므로 아무도 모

르게 멀리 날아갈 수 없다

 

가슴 안쪽으로 파고든 부리처럼 마흔 번 휘어진 마음을 떼어내면 다시 자랄 마

음이 있을까 오늘도 막차를 놓치지 않으려고 마흔은 마흔을 뚫고 달려왔다

(그림 : 남일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