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류미야 - 그래서 늦는 것들

누렁이 황소 2021. 4. 13. 14:48

 

아름다운 것들은 왜 늦게 도착하는지,

혹은 한자리에서 잊히거나 하는지요

날리는 저 꽃잎들 다 겨울의 유서인데요

그런 어떤 소멸만이 꽃을 피우나 봐요

사랑을 완성하는 것 물그림자에 비친

언제나 한발 늦고 마는

깨진 마음이듯이

철들고 물드는 건 아파 아름다워요

울음에서 울음으로

서로 젖는 매미들

제 몸을 벗은 날개로 영원 속으로 날아가요

폐허가 축조하는 눈부신 빛의 궁전

눈물에서 열매로

그늘에서 무늬로

계절이 깊어갈수록 훨훨

가벼워지네요

(그림 : 이성태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