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송찬호

송찬호 - 냉이꽃

누렁이 황소 2021. 4. 11. 18:05

 

박카스 빈 병은 냉이꽃을 사랑하였다

신다가 버려진 슬리퍼 한 짝도 냉이꽃을 사랑하였다

금연으로 버림받은 담배 파이프도 그 낭만적 사랑을 냉이꽃 앞에 고백하였다

회색 늑대는 냉이꽃이 좋아 개종을 하였다 그래도 이루어질 수 없는 긴 울음을 남기고 삼나무 숲으로 되돌아갔다

 

나는 냉이꽃이 내게 사 오라고 한 빗과 손거울을 아직 품에 간직하고 있다

자연에서 떠나온 날짜를 세어본다

나는 아직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림 : 김인순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