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문성해

문성해 - 첫 기차에는 창이 많다

누렁이 황소 2021. 3. 31. 12:10

 

새벽에 행신역으로 설 기차표 끊으러 가는데

첫 기차가 지나간다

거대한 환형동물처럼.

따뜻한 대화 같기도

무슨 열린 페이지 같기도 한

창문들이 지나간다

한 줄의 섬광처럼.

꽝 꽝 언 들판 위로

쩍 들러붙은 새벽과 밤을

야금야금 떼어 놓으며 가는

따뜻한 혀 하나

(그림 : 임재훈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