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박영상 - 미도(美都) 다향(茶香)

누렁이 황소 2021. 3. 29. 11:13

 

장고 끝에 찾은 것이 진골목 속에 묻혀

이름을 날리는 미도였던가

노객들의 아늑한 휴식처 역할을 하는

아름다운 그 자리

 

오늘도 한 노객이 어슬렁거리며 찾아와

하는 말, 이 집 차 맛이 다른 어디보다

향이 마음을 녹이는 소리를 하는 듯

고요하니 내 참 안 올 수가 없지요

 

역시 그 말에 나도 매료되었는가

다향에 매료되었는가 그것에 반하여

찾아와 주저앉은 자리

오늘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꿈만 꾸듯

눌러앉아 있네요

미도다방은 ‘아름다운 도시 속의 다방(美都)’이라는 뜻이다. 대구 진골목에 자리 잡고 있다.

진골목은 긴 골목의 경상도 말이다. 다방은 1982년 문을 연 이후 대구·경북 지역의 문인과 화가, 정치인들의 명소가 됐다. 10년만인 1992년 진골목으로 자리를 옮겼고, 2013년 다방이 있던 건물이 매각되면서 진골목 안쪽, 지금의 위치로 이전했다. 이인성 화백은 이곳 미도다방에서 담배 은박지에 그림을 그렸고, 소설가 김원일은 새로운 작품 구상에 매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