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나호열

나호열 - 담장 너머

누렁이 황소 2021. 3. 20. 18:11

 

피지 말라고 해도 피고

지지 말라고 해도 진다

잊지 말라고 해도 잊어지고

잊으라 해도 잊히지 않는다

망초의 마음이 닿은 곳까지

내 눈길이 아스라이 떨어진 곳까지만

생각하기로 한다

담장 너머로

뭉게구름 띄워놓고

나는 저녁을 기다린다

땅거미의 은은한 발자국 소리

(그림 : 한부철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