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성윤석 - 인간의 동작
누렁이 황소
2021. 2. 25. 15:49
성냥을 치익, 그어 담뱃불을 붙인 뒤 손을 모아
성냥불을 감싸는 그녀의 손
왜 웃으면서 그럴까 담배 필터 끝을 손바닥에 탁탁
친 뒤 입술로 가져가는 그는 왜
입꼬리를 살짝 올려놓을까
여기서
저기서
담배를 피울 땐 음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동작은 다른 것들과는 다르다
항상 어딘가에 도착해 있고
어딘가로 다시 가고 있다
밤길도 밟는다고 생각하면 구불텅거리며
가던 길을 다시 가는데
보증서와 함께
오래전에 묻어두면 예쁘게 있다 사라질
거라고 팔아먹은 내 슬픔이 정말 그랬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그림 : 박종민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