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박완호 - 나사못

누렁이 황소 2021. 2. 21. 19:10

 

조이고 조여도 나사는

자꾸 풀려나간다. 한쪽으로만

걸어가면 언젠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거라는

믿음을 손쉽게 무너뜨린다.

 

허방을 짚은 다리가 주저앉는

그 자리에서 나는 또

나사를 돌리기 시작한다.

 

조일수록 풀리는 나사못처럼

우리는 엉뚱한 데서 제자리걸음을 한다.

 

외길을 걸어온 사람끼리는

어디선가 꼭 갈라서게 마련,

 

망가진 나사 같은 마음이

헛바퀴를 돌기 시작할 때

 

누군가는 먼저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려야만 한다.

(그림 : 김현수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