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양광모 - 와온에 가거든

누렁이 황소 2021. 2. 14. 14:19

 

노을 몇 점 주우러 가는 도로에

촘촘한 간격으로 설치된

수십 개의 과속방지턱을 넘으며

상처란 신이 만들어 놓은

생의 과속방지턱인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았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가야 한다는

 

​느릿느릿 도착한 와온 바다,

엄지손톱만한 해가 수십만 평의

검은 갯벌을 붉게 물들이며

섬 너머로 엉금엉금 지는 모습을 보자면

일생을 갯벌 게구멍 속에서 지내도

생은 좋은 일만 같았다

​그대여, 와온에 가거든

갯벌 게구멍 속에 느릿느릿 들어앉았다 오라

밀물이 들기까지 생은 종종 멈추어도 좋은 것이다

 

와온(臥溫) : 전라남도 순천시 해룡면 상내리 와온마을

동쪽으로는 전라남도 여수시 율촌면 가장리, 남서쪽으로는 고흥반도와 순천만에 인접한 해변으로,

순천만의 동쪽 끄트머리인 순천시 해룡면 상내리 와온마을 앞바다에 있다. 해변의 길이는 약 3km이다.
해변 앞바다에는 솔섬이라 불리는 작은 무인도가 있다.

이 섬은 학이 납작하게 엎드린 모양이라 하여 학섬이라고도 하고,

밥상을 엎어놓은 것 같다 하여 상(床)섬이라고도 하는데, 예전에는 섬 안에 주막이 있어

뻘배(꼬막을 잡을 때 쓰는 널)를 타고 조업을 나갔던 어부들이 목을 축이고 돌아왔다고 한다.

와온마을은 전형적인 작은 어촌마을로 와온해변 앞바다에는 짱뚱어, 새꼬막, 숭어, 맛, 찔렁게, 낙지 등의

수산자원이 풍부하며 특히 꼬막생산지로 유명하다.

꼬막철인 10월~5월초가 되면 꼬막양식장에서 긁어온 산더미 같은 꼬막을 분류하고

손질하는 어부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썰물로 인해 드넓은 개펄이 드러나면 일명 'S'자 라인이라 불리는 좁고 구불구불한 물길이 생기고,

개펄과 어우러진 갈대밭과 칠면초 군락, 천연기념물 제228호인 흑두루미를 비롯한 겨울 철새의 모습 등

순천만 특유의 풍경이 펼쳐진다.

와온해변은 무엇보다 낙조풍경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곳이다.

솔섬 너머로 해가 넘어가면 드넓은 개펄과 주변을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이며 장관이 연출되는데

와온해변의 황금빛 노을을 감상하려면 겨울에 찾아가는 것이 좋다.

(그림 : 김덕기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