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정태중 - 일기예보

누렁이 황소 2021. 2. 13. 09:07

 

느그 아부지 죽은 지가 언제 적으냐

 

어디 보자 근 사십 년이 넘는 갑다

그러고 봉께 너도 인자 오십 넘게 부렀구나

강산이 요로코 많이도 변해 부렀네

 

허기사 고샅에 심궈진 팽나무 킁거 보소

뒤안 감나무 늙어서 삐틀어진 것도

곧 있으믄 죽순도 올라올 것인디

저것들 따기가 힘에 부치단 마다

 

아가, 토방에 앉아 있응께

앞산 늑 아부지 뫼똥이 아른거린다

풀도 많이 올랐을 거신디

고 밑에 심가논 동백도 떨어져 부럿것다

 

몸 좀 추실라서 꽃단장 허고

풀도 메고 봉도 깎고 술 한 잔 부서야 쓰것는디

한사코 기력이 땅에 붙은 게

요곳도 이참이 마지막 일랑가 몰것다

 

아가!

비 올랑 갑다

하늘이 시컴허고

온간 데가 쭈시고 시린거 봉께

어쩐지 많이도 올랑갑다.

(그림 : 이원진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