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함명춘 - 품

누렁이 황소 2021. 2. 8. 06:42

 

 

취중인 듯 휘청거리는 몸에

서류 가방을 들었고, 반쯤

머리가 벗겨진 것이 중년의 사내 같습니다

밤하늘의 구름 사이에 떠 있는

그대의 품에 얼굴을 파묻고

괜찮다고 노랠 부르고

정말 괜찮다고 휘파람도 불며

웃던 그가 자리를 뜹니다

빈틈없이 빛으로 꽉 차 있어도

한눈에 들어오는 그대의 품에 찍힌 눈물 자국은

그가 흘린 겁니까 아니면,

그대가 흘린 겁니까

(그림 : 이순철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