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이동순 - 밤차의 추억

누렁이 황소 2021. 2. 3. 12:51

 

언제였을까

아득히 흘러간 시절

 

나는 서울행 밤차의

붐비는 삼등칸 통로에 서 있었다

 

지친 승객들은

선 채로 앉은 채로 모두 졸았다

 

어디선가 애기가 울고

열차 쇠바퀴 소리만 줄곧 들렸다

 

그때 나는 보았다

창가에 앉은 한 청년의 모습을

 

차창에 입김 호오 불어

거기 손가락으로 적던 고향 이름을

 

또 그걸 손바닥으로 쓸어 지우고

다시 적던 애인의 이름을

(그림 : 김지환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