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나태주
나태주 - 아무렇게나 유월
누렁이 황소
2021. 1. 21. 15:19
아파트 베란다 창문 열자
건너다 보이는 집
담장 위에 줄지어 피어있는
붉은 줄장미꽃
줄장미꽃 보고
울컥한다
벌써 이렇게 되었나!
줄장미꽃 담장 아래 흩어진
붉은 꽃잎들 보며
다시 울컥한다
아, 저 붉은 것들의 흐느낌
그 위로 이중으로 얹히는
꾀꼬리 뻐꾸기 울음
서늘한 그늘
아무렇게나 세상은 6월
깊어질 대로 깊어진 음영
사람들 일과는 무관하게
흐드러지게 아름답고
질펀하도록 눈부시구나.
(그림 : 박향순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