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신병호 - 빨간 신호등

누렁이 황소 2021. 1. 9. 13:38

 

충혈된 눈동자여

나는 휴식의 시그널

빠르게 처리할 일이 끼어들어도

마음 한껏 달아 있어도

눈을 지그시 감고 잠시 멈춰 봐

갓길 없음이 없어질 때까지

병원에 잡혀가 헤집히면

곳곳이 적색신호라잖아

막다른 골목엔 신호등이 없지

인생의 고비마다 숨어 있는 내 얼굴

세상과 부딪힌 흔적들

돌이킬 수 있는 건 많지 않아

급한 때일수록 돌아가고

가슴은 뜨거워도

샘물처럼 차가운 판단을 해

연인을 기다리며

흰 눈 덮고 휴식을 취하는

저 빨간 우체통과 같이

(그림 : 이은황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