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신순임 - 천연 조미료

누렁이 황소 2020. 12. 20. 12:01

 

살 오른 달 밤

소금 묻은 몸들 뒤적이며 등 긁어주는 안개가

바다 얘길 부풀린다

 

바다와 같이 나이 먹는다는 감포댁

노루 꼬랭지만 한 햇볕에도 물길질해

오남매 번듯하니 길러 놓은 지금

넌실되는 다시마 미역이 아른거려

비린내와 함께 딴 해산물

노리개처럼 다듬어 만든 쌈짓돈으로

손자들 맛난 것 사 주는 게 낙이라는데

 

멸치가 끌고 온 감포댁의 바다

모로 누워 단잠 자는 보리새우랑

검푸른 바다 파도 타던 다시마를

곱게 갈아 한소끔 끓이면

 

감포댁의 바다가 하얀 파도 몰고 와

싱싱한 밥상 차린다.

(그림 : 변응경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