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조용숙 - 부레옥잠

누렁이 황소 2020. 12. 20. 11:54

 

누가 띄워 놓았을까 수조 속 작은 돛배

공기주머니 하나 허리에 매달고

이리저리 물살에 휩쓸리는 모습

뭉클 내 가슴속 난간에 부딪쳐온다

노 저어 나갈 수도 가라앉을 수도 없는

수심에 든 마음만큼 비워낸 부피로

가라앉는 몸을 수면위로 끌어올렸나

잔뿌리들 서로 몸 맞대 허물어진 틈

뗏배로 엮어가며

잔 바람에도 쉬이 흔들리는 물살

온몸으로 밀어냈을 시간들

뿌리 내릴 흙 한줌 없는 물위에

두 발바닥으로 악착같이 버티고 서서

튼튼한 기둥 하나 세워 꽃 한 송이 피우기까지

수도 없이 제 여린 마음 다잡아 가뒀을

빈 허공하나

암초 쪽으로 항해하는 선박 앞에서

항로 안내하는 부표처럼

부푼 꿈과 열망으로 가득 찼던 공기 주머니

내 생의 부레 하나 들고

사람들 속으로 헤엄쳐간다

뒤웅박 둘러메고 물속에 뛰어드는 해녀처럼

(그림 : 허정금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