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조영란 - 저 혼자 공중에서 오래 우는 이가 있다

누렁이 황소 2020. 12. 8. 15:40

 

불 꺼진 지 오래

누군가 날 잊는다 해도 서러워할 일은 아닌데

먼 데서 풍경이 운다

 

아슬아슬한 바람에게

담보도 없이 덜컥 주어버린 웃음이

허공에 눈물을 매달아놓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기어이 풍경이 운다

 

침묵을 부르는 소리도 있다

절규란 그런 것,

전부였지만

전부를 걸 수 없어 혼자 흐느끼는 소리의 집

바람은 단지 지나갈 뿐인데

체온을 잃고

저 혼자 공중에서 오래 우는 이가 있다

 

기억할 처음이 없다는 건

기약할 다음도 없다는 것

 

돌아갈 수도 멈출 수도 없어

스스로 제 낡은 몸을 떨어뜨리는 눈물

녹슨 풍경에게

묻는다

 

왜 울었을까

왜 울었을까

(그림 : 이성주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