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이영식 - 혼자 먹는 밥

누렁이 황소 2020. 12. 8. 15:18

 

창밖엔 송이눈 내리고

가정식백반집 홀로 받는 저녁상이다

 

나잇살 먹는 것보다

혼자 먹는 밥이 더 사무치는

중늙은이 앞에

 

신탁(神託)처럼 놓인 밥

 

수저 부딪는 소리와

젓가락 달그락거리는 소리뿐

말 섞을 누구 하나 없다

 

그래도 빵이 아니고 밥이라

사리처럼 빛나는 밥알들

 

'밥이라는 말은 단수가 아니라 복수란다'

 

하늘의 말씀

소복이 내려 어둠 너머 쌓인다

(그림 : 이인성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