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이우걸 - 잎들

누렁이 황소 2020. 12. 5. 09:16

 

삼, 사, 오월 잎들이

철모르는 소녀라면

육, 칠, 팔월 잎들이 무성한 여인이라면

구, 시월 너머의 잎은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이슬 맞고 비 맞고 서리 맞고 단풍도 든

세상일 다 겪어 봐서 무서울 것도 없는

우리 집 아내 같은 잎을 수문장이라 불러야 할까

잎들은 그러나 마지막까지 여자라서

분홍빛, 주홍빛을 온몸에 둘렀는데

문 열고 창밖을 보니

벌써 결별의

인사를 하네

(그림 : 박승태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