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유안진

유안진 - 문득 그리고 자주

누렁이 황소 2020. 12. 1. 15:58

 

좋은 날에 써야지 하고

깊이 보관해둔 그릇들이 나왔다

다음에 입어야지 하고

아껴둔 옷가지들이 나왔다

다음에 읽어야지 하고

밑줄 싯벌건 책장도 싯누렇다

 

다음에 이담에

그런 날 그런 기회

와주긴 할랑가?

까맣게 잊어버릴 정도로 오랜만에 아니도록

문득 드리고 자주 와 주어라.

(그림 : 안기호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