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신순말 - 여든 살 꽃길

누렁이 황소 2020. 11. 29. 10:32

 

꽃 좋아하는 우리 어머니
사나흘 꽃을 따라다니었다고
꽃이, 꽃이, 그 환한 빛이 휘도록 피었더라고
허리 아픈 것도 다리 아픈 것도 다 잊고
아무 생각도 없이 꽃을 따라갔더라고
코로나 바이러스 물러갈 동안
그저 조심하시라 자식들의 당부는
마스크 끼고 모자 쓰고 사람 드문 때에 갔다고
꽃 참 좋아하는 우리 어머니
물리지도 질리지도 않고 구경하였더라고
석 달 열흘 꽃 속에 지내어도
날마다 그 꽃 좋아하실 우리 어머니
꽃길이 따로 꽃길인가
그런 마음이 꽃의 길이지
삼백예순날이 꽃구경하는 날이지

(그림 : 정서우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