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한현수 - 눈물만큼의 이름

누렁이 황소 2020. 11. 18. 18:27

 

꽃 이름 하나가 기억에서 없어진다
기다려도 꽃 이름을 불러 낼 수 없다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누군가의 문밖에서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낼 수 없는 경우를 생각한다

주소록 뒤지듯 식물도감을 펼쳐보지 않기로 한다
좀 더 기다리기로 한다 문밖에서, 그 이름이 걸어 나올 때까지
꽃은 그렇게 얻는 이름이어야 하니까

눈을 감는다, 나무처럼 기다리는 자리에서
나는 그 이름과 똑같은 꽃을 피우는 상상을 한다
오지 않는 이름을 기다리며

땅바닥에 꽂혀있는 꽃을 밟으며 걷는다
꽃은 꽃을 상상하도록 두두둑
두두둑,

발끝에서 부서지는 이름 하나
혀끝에 맺힌다, 눈물만큼의 이름

거꾸로 매달렸다가 하얗게 직선으로 추락하며
망각에 저항하는 이름

꽃이 나의 해마 속으로 떨어진다
나비 한 마리 끌어안고 있다

해마 : 뇌의 일부분으로 장기적인 기억과 공간개념, 감정적인 행동을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해마는 기억과 학습을 관장하는데, 단기기억이나 감정이 아닌 서술기억을 처리하는 장소입니다. 주로 좌측 해마는 최근의 일을 기억하고, 우측 해마는 태어난 이후의 모든 일을 기억합니다. 새로운 사실을 학습하는데, 해마가 손상되면 새로운 정보를 기억할 수 없게 됩니다.
기억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감각기관을 통해 정보가 뇌로 들어오면 정보들이 조합되어 하나의 기억이 만들어집니다. 여기서부터 해마가 작용하는데, 뇌로 들어온 감각 정보를 해마가 단기간동안 저장하고 있다 대뇌피질로 보내 장기 기억으로 저장하거나 삭제하게 됩니다.

(그림 : 김기택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