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유홍준 - 중국집 밥그릇

누렁이 황소 2020. 11. 6. 18:08

 

어제도 나와 있고 오늘도

나와 있다

삐죽이

조중동 조중동

신문지로 말아싼

중국집 밥그릇만 나와 있다 삐죽이

중국집 밥그릇 내미는 손목만 나왔다 들어갔다 삐죽이

중국집 밥그릇 내미는 목덜미만 나왔다 들어갔다 삐죽이

맞아, 키스 오래하면 단무지 냄새가 난댔지

맞아, 공부를 오래하면 그 인간한테서

자장면 냄새가 난댔지

허구한 날

중국집 음식만 시켜먹는 사람의

하체가 곯은 사람 어깨가 구부정한 사람의

현관문 앞에

어제도 나와 있고 오늘도 나와 있다 삐죽이

조중동 조중동 신문지로 말아싼

중국집 밥그릇만

삐죽이 

(그림 : 이은황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