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김해자 - 바다

누렁이 황소 2020. 10. 21. 18:29

 

넓어서인지만 알았습니다

깊어서인지만 알았습니다

억 겁 세월 늙지 않아 늘 푸른 당신

제 몸 부딪쳐 퍼렇게 멍든 줄이야

제 몸 부딪쳐 하얗게 빛나는 줄이야

흘러오는 건 모두 받아들이는

당신은 지금 이 순간도 멍듭니다

미워하지 마라, 다 받아들여라

생채기는 늘 나로부터 생긴다는 듯

생채기 없인 늘 푸를 수 없다는 듯

흐르고 흘러 더 낮아질 것 없는

당신은 오늘도 하얗게 피 흘립니다.

스스로 나누고 잘게 부수면

아무도 가를 수 없다는 듯

거대한 하나가 된다는 듯

(그림 : 노재순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