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김지란 - 해거리

누렁이 황소 2020. 10. 18. 09:13

 

고구마 캐는 날

하늘 한번 보고

윤슬 반짝이는 잔잔한 바다에 홀려

서툰 호미가 게으름을 부린다

 

이 늦은 가을

밭고랑 가장자리 철없는 배나무

가지마다 봄이 한창이다

 

지금 꽃피면 내년 봄엔 어쩌나

 

친정아버지 언제 곁으로 오셨는지

 

“놔둬라 해년마다 잘 따먹었응께

내년 한 해 푹 쉬라고”

(그림 : 한천자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