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정진용 - 과분한 일몰

누렁이 황소 2020. 10. 9. 18:10

 

엄마가 부쳐 주던 장떡 한 장
비양도 하늘에 맛나게 떴습니다.


소낙비 가득한 대낮
밀가루에 미나리랑 고추장 섞어
화롯불 솥뚜껑에 빗소리 부치던 엄마,


오늘은 오랜만에 멀쩡한 옛날로 돌아와
지글지글 지진 시뻘건 그리움
먼 하늘 아버지께 부칠 것도 같아


내가 지는 해 보면서 엄마 생각하듯
언젠가 나도 누군가의 장떡이었으면 좋겠습니다만
이 바람이 턱도 없다는 것 잘 압니다.


다만, 오늘 노을이 너무 잘 익은 탓입니다.

(그림 : 이황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