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권이화 - 어둠을 밀면서 오래달리기
누렁이 황소
2020. 10. 9. 18:09
태양이 사라진 후에도 달리는 일을 멈출 수 없다
먼 곳에서 꽃이 오듯 오래된 약속 같은 오래 오래 달리는 것
나를 따라오세요, 꽃구름 만발한 부름 스스로 찬란하여
아직 힘을 주는 달리기 백년을 갈 테니 아름다움 주세요
미처 따르지 못해 한나절 흙길 걸어간 여름조차
둥글게 당신 감싸는 좋은 저녁이 목구멍을 올라온다
나를 따라오세요, 지금 어둠을 여시는 이 빛으로
한 올 한 올 촘촘히 엮어 천년을 달려갈 테니 새를 주세요
마치 당신이 바다에서 숲에서 뭍으로 평야로 달려와
찬란한 발이나 손으로 빛을 다해 한 생애 몰아가듯
마치 새 같이 저기 기쁜 마음으로 둥글게 날아오르는 어둠
별이 별을 몰아가듯 당신을 따라 둥글게 달린다
멀리 날아가는 새처럼 달리는 일이 아름다움이 될 때
(그림 : 최근석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