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김미옥 - 새와 새 그 사이

누렁이 황소 2020. 10. 6. 18:31

 

새를 꿈꾸는 건 날개를 생각하기 때문이지
한 번도 맘껏 날아오르지 못한 솟대 위의 새
꽃이 필 지상을 바라보며
늘 먼 곳을 떠나는 꿈을 꾸는 새


잠시라도 가게를 비울 수 없어
날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가 저 새와 같다는 생각이 들 때
두 눈은 충혈되고 마음에는 비가 내린다


새는 거친 바람에 몸을 낮추고
지는 해를 향해 씩씩한 날갯짓으로
날아오르는 연습을 한다
그러나 해가 다 저물도록
내내 그 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나는


여전히 날개를 펴지 못한 채
자리에 앉아 날개를 그린다

(그림 : 이지환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