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이숨 - 풍장

누렁이 황소 2020. 9. 24. 18:17

 

덕을 쌓기에는 두 개의 입을 끈으로 연결해

중심을 잡는 게 안성맞춤이다

덕에 몸을 기대며

바람이 시원하게 꼬리를 흔든다

겨우내 시린 몸을 공중에 맡겨두고

바다에서 할 말을

산중에선 뻐끔거리지 않아도 되고

비어있는 속에 무엇을 넣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평생 쉬지 않고 꼬리로 휘젓던 길

이제 긴 휴식이다

덕의 근원은 입의 중용,

꼭 다문 입술로

절연하겠다는 것은 무례하다

무엇이든지 다 받아 줄 것 같은 입 모양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고

듣는 것에 관심이 없던 바다를 버리고

덕장에서 다시 태어난다

진부령 고개에

바람이 하얗게 쏟아진다

바람의 말을 아가미가 아닌 입으로 듣는다

(그림 : 김정애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