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오세영

오세영 - 밤비

누렁이 황소 2020. 9. 24. 09:57

 

밤에
홀로 듣는 빗소리.

비는 깨어 있는 자에게만
비가 된다.

잠든 흙 속에서
라일락이 깨어나듯
한 사내의 두 뺨이 비에 적실 때
비로소 눈뜨는 영혼.

외로운 등불
밝히는 밤,
소리 없이 몇천 년 흐르는 강물.

눈물은
뜨거운 가슴속에서만
사랑이 된다.

(그림 : 이동우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