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이수종 - 나는 꼰대가 아니다
누렁이 황소
2020. 9. 23. 12:59
동창 녀석이 오십 년 만에 페북에 댓글 달았다
야, 너 중학교 때 별명이 쌔씨지?
너 말대가리구나
짜식 살아있었네
야, 개코 만났니?
그놈 보고 싶은데
나도 못 본 지 오래야
우리 담임 새우 눈은 졸업하고
한번 찾아뵀는데 돌아가셨겠지
수학 선생 쌀은 돌아가셨대
학창시절 기억의 날도 아닌데
잘도 끄집어내며 별명 열전이다
째복이 기하 선생은 종아리 걷게 하고
손바닥으로만 때리셨지
사랑의 매는 같이 아파하는 걸
자식 키우면서 터득했지만
이 세상에 안 계시다
주민등록증에 학창 때 별명 써넣게 하면 안 될까
여보 당신 별명이 영자의 전성시대였어?
삼촌은 영계 킬러?
뻔데기, 바람의 여신 이면 어떠랴
평생 이름값 못하며 무거운 석자 짊어지고 사노니
말죽거리 잔혹사면 어떠냐
내 어릴 적 별명을 불러다오
꼰대라 부르지 말고
(그림 : 김명수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