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곽도경 - 구월
누렁이 황소
2020. 9. 21. 18:19
목 꺾인 해바라기 위에 걸터앉아
너를 기다리네
지난여름
유난한 가뭄과 폭염 건너온 꽃들
무수한 씨앗 품었으니
씨앗에서 태어나 씨앗으로 돌아가는 꽃의 일생
차마 아름다웠다 말하지 못하고
치열했다 말하네
한 뜰에서 피어나
한 계절 함께 건너온 대견한 꽃의 어깨
빗줄기가 토닥이며 위로하네
떠나지 않을 것 같았던 여름이
헤어짐을 준비하는 동안
길 건너 과수원에는 능금 익어가고
세상 모든 결실을 밟고
그렇게 네가 오네
(그림 : 박희욱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