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진영대 - 일몰

누렁이 황소 2020. 9. 12. 18:44

 

무명베 한 필 끊어다가

미루나무 허리춤에 질끈 동여매더니

신장대 떨듯 부르르 떠는

미루나무 이파리

강물에 빠진 해를

모랫바닥에 꺼내놓고

문종이로 한 겹

베 보자기로 다시 한 겹

겹겹이 싸더니

무명베를 다시 풀어 누가

그 끝을 잡아당기는 것인가?

무명베 한 필 끊어다가

깔아놓은 강둑길

저쪽 세상의 누가 와서

물에 빠진 해를

건져가는 것인가?

(그림 : 이향지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