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오세영
오세영 - 산문(山門)에 기대어
누렁이 황소
2020. 9. 12. 18:15
산이 온종일
흰 구름 우러러 사는 것처럼
그렇게 소리 없이 살 일이다.
여울이 온종일
산 그늘 드리워 사는 것처럼
그렇게 무심히 살 일이다.
꽃이 피면 무엇하리요.
오늘도 산문(山門)에 기대어
하염없이
먼 길을 바래는 사람아,
산이 온종일
흰 구름 우러르듯이
그렇게 부질없이 살 일이다.
물이 온종일
산 그늘 드리우듯이
그렇게
속절없이 살 일이다.
(그림 : 김윤종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