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나영애 - 뜨거움의 끝자락

누렁이 황소 2020. 9. 11. 14:16

 

물 냄새 덤비는 장맛비 갠 날

소슬한 바람이 산책하잔다

 

야성의 감정이 널뛰던,

겉만 성인 같던 계절

삶아 찌는 더위와 물 폭탄 이야기

끝날 것 같지 않더니

 

버들가지 벚나무 이파리 누렇게 익어가고

들끓던 태양의 가슴도 식어

코스모스에게 자리 내주었다

 

갈맷빛 숲, 짝 없던 청년 같던 냄새는

신부를 맞이한 새신랑의 향처럼 부드럽고

 

난타 연주하듯 쏟아지던 물은

겸손한 몸짓으로 졸졸거리는데

 

풀벌레 귀뚜라미

소슬한 어스름 저녁

짝 찾는 애끓음

쿡 쿡 파고드는 그리움

(그림 : 원성기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