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최혜옥 - 블랙 스완

누렁이 황소 2020. 9. 2. 17:25

 

네온 길을 걷다가 색깔을 잃었어

속도를 따라잡다 말을 잃었지

두 팔 어긋 뻗어 부호를 만들고

눈맞춤 떼지 않고 신호를 보냈지만

아무도 믿지를 않아

 

사랑은

할 때마다 매번 첫사랑

그래서 늘 어리석지

 

세기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뜻밖의 일, 블랙 스완

어둠이 쏟아지는 불꽃을 삼키며

하얗게 웃네

날개를 접고 접네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가 아니야

 

눈을 감기 위해 웃지

빛에 탄 말들이 검은 깃털로 나부끼고

목이 쉬도록 나팔을 불어도 듣지를 않아

통념이 우거진 콘크리트 밀림 속

회색코뿔소는 다시 덩치를 키우네

 

아니어도 아닌 게 아닌

블랙 스완, 세기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사랑은

할 때마다 매번 첫사랑

또 다시 눈이 멀지

(그림 : 이금파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