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윤석산 - 풀꽃

누렁이 황소 2020. 9. 1. 12:28

 

육교(陸橋) 한 구석

풀꽃 한 송이

어디서 묻어와 싹이 큰 겐지

무슨 힘으로 꽃을 피웠는지

그것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콘크리트 바닥에 꽃을 피우며

화판(花瓣) 가득 슬픈 하늘을 담으며

그가 보아 온 걸 안다

그가 참아 온 말을 나는 안다

‘인간은 말하지 말라. 말하지 말라!’

울고 싶도록 내려앉은 하늘 아래

오늘도 말이 없는

풀꽃 한 송이.

(그림 : 한부철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