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한소운 - 무궁화 열차

누렁이 황소 2020. 8. 30. 13:29

 

절실하지 않아도 이별은 쓸쓸하여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느린 강물 같은 기차

철컥철컥 마음을 흔듭니다

비행장도 ktx도 없는 안동역

갑자기 술래가 된 듯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두 번 세 번

뒤 돌아봅니다

텅 빈 객실, 어디에 숨어야할까요

철커덕철커덕 창밖의 풍경만 무심히 쳐 냅니다

조금 전에 헤어진 사람보다도

더 외로운 기차

슬프도록 아름다운 길 하나가

기차의 꽁무니를 따라 갑니다

차창 밖 나비의 눈썹 끝에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그림 : 김태균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