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박무웅 - 풍경(風磬)

누렁이 황소 2020. 8. 30. 12:42

 

뎅그렁,

이것은 물고기의 소리다

저 산문(山門) 밖 아래로 아래로 흐른다는

물을 꿈꾸는 소리다

아니, 근처 계곡을 거슬러 오른다는

발 달린 물줄기가

천년을 기다리는 소리다

 

아니, 사람들이 즐긴다는

비린내 난다는 그 시시한 물고기 말고

이제 겨우 백년 쯤 된

잠잠히 있다가도

분분(紛紛)한 바람을 숨 쉬는

바짝 마른 그 물고기

 

어쩌다 바람의 운용(運用)에나 매달려

일생을 소리로 닳아가고 있다

 

뎅그렁, 뎅그렁

바람의 내장(內臟)이란 이처럼 맑다

먹은 것은 공(空) 뿐이니

배설(排泄)이 없다

 

일생을 무심(無心)에 맡겨놓고

시간이여 예 와서

닳아라 닳아라 한다

(그림 : 이장옥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