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전윤호

전윤호 - 서른아홉

누렁이 황소 2020. 8. 26. 07:00

 

사십이 되면

더 이상 투덜대지 않겠다

이제 세상 엉망인 이유에

내 책임도 있으니

나보다 어린 사람들에게

무조건 미안하다

아침이면 목 잘리는 꿈을 깨고

멍하니 생각한다

누가 나를 고발했을까

더 나빠지기 전에

거사 한 번 해보자던 일당들은 사라지고

나 혼자 남아

하루 세 시간 출퇴근하고

열 두 시간 일하고

여섯 시간 자고

남은 세 시간으로

처자식을 보살핀다

혁명도 없이 지나가는 서른아홉

지루하기도 하다

(그림 : 장용길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