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성선경

성선경 - 폭포

누렁이 황소 2020. 8. 24. 08:23

 

절벽에 귀나 하나 세워둬야겠네요

밤새 물소리나 들으라고

떡하니 벽에 귀를 붙여두고

물이 넘치면 귀나 씻어라 말해줘야겠어요

돌아오지 않는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보름이 지나도 차지 않는 달 같겠지요

귀나 씻으라는데

물은 자꾸 평형을 이루고

귀는 어떻게 할까요

바다로 가면 더 파랄 텐데

파랗게 눕혀둘까요

파랗게 세워둘까요

 

저기 귀 하나 서 있네요

오직 한 귀.

(그림 : 조광기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