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천도화 - 그 별의 밝기는 30촉

누렁이 황소 2020. 8. 16. 14:57

 

깜박거리는 점멸등 앞에 서서

올라갈까 말까 망설인다

굽이진 길 돌아보니 집집이 오색별을 켜두었다

 

산동네 기둥이 나지막한 벽돌집

당신 얼굴에 주름이 늘어나던 그곳

바람벽을 쳐주지 못해 덜컹거리는 방엔

빛바랜 자개농, 그 위에

묵은 신문지 틈새로 그물을 치던 거미들

 

연탄 냄새가

마을을 빠져나가지 못하는 저녁이 오면

어머니는 깜빡이는 30촉 빛을 달구어 밥을 지으셨다

 

바람이 먹구름을 몰고 오는 날이면

눈비를 뿌린 질퍽한 산길

그 길에 뿌려진 무수한 눈물의 시간

어디쯤 어머니의 꽃이 피었을지도 모른다

 

갈꽃처럼 헛헛한 웃음을 자아내던 어머니

그 이름을 호주머니에 넣고

깜깜한 고개를 오른다

(그림 : 박용섭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