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진영대 - 부실공사

누렁이 황소 2020. 8. 15. 16:30

 

가을일이나 끝내고 보자더니

면에서 사람이 나와 해 넘기면 안 된다고

서둘러 깔아놓은 포도밭 가는 시멘트 포장길

봄이 되자 금이 가더니 무슨 싹인가,

풀이 올라와 노란 꽃 피었다

 

금이 간 시멘트 길

뿌리째 덮어버린 것이 미안해서

틈을 살짝 벌려준 것이려니 생각하면

그 틈에다 민들레잎 양날톱을 디밀고

톱질을 해댄다고 해서

금방 무슨 일이 생길까 싶기도 하고

꽃대 하나 올려 꽃부터 보여주려는 마음

모르는 바 아니지만

무언가 꼭 빠진 것 같고

누군가는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영 찜찜한 것이었다

 

갈라진 틈이라도 메워달라고 할 생각으로

면 사람들 다시 부르려는데

노란 민들레꽃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었다

(그림 : 한부철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