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유홍준 - 샐비어
누렁이 황소
2020. 8. 14. 16:58
혼자 사는 사람은 혼자 사는 사람의 것을 내다버립니다
세 식구가 사는 사람은 세 식구의 것을 내다버립니다
혼자 사는 사람도 버릴 것이 있다는 것이
신기해,
음식물쓰레기 통에
혼자 사는 사람은 혼자 사는 사람의 것을 쏟아붓고 중얼거립니다
당신은 무엇을 쏟아붓고 계십니까?
가슴에 품고 지낸 것을 내다버리고 있습니까
기가 막힌 것들을 쏟아붓고 계십니까 기가 차는 것들을 쏟아붓고 계십니까?
버리긴 버려야 하는데
어떻게 버려야 할지를 몰라
낡은 오층 아파트 화단에 핀 꽃들은 진저리를 칩니다 제 몸에 핀 것들이 싫어 진저리를 칩니다
제 몸에 핀 것들을 버리려
진저리를 칩니다
(그림 : 김일해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