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배연수 - 편견

누렁이 황소 2020. 8. 14. 16:54

 

저기 저울을 좀 봐
바쁘게 일을 하고 있는 걸


구두장이처럼 한 땀 한 땀
머리 위에서 일어나는 일을
깁고 있는 것 같아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하나봐
온몸이 벽처럼 보이지 뭐야
보통 저러면 농담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모두 알고 있지


내일은 저 위에 누가 있을까
멈춘 시계가 하루에 두 번 정답을 보여준 것처럼
미리 정해진 답 안에 들어가라고 할 텐데


알면서 보이지 않는다고
보이지 않아 없는 거라고
열심히 저울질하며


자신이 고장 난 것은
아직 모르는 것 같아

(그림 : 전봉열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