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최서림 - 아버지 소
누렁이 황소
2020. 8. 11. 18:07
몸집은 남방식 고인돌만 한 싸움소인데,
얼굴은 이서국 농부같이 순한 일소이다.
영천최씨와 더불어 대대로 맥을 이어온 소,
우랄을 넘어 청도 땅까지 터벅터벅 걸어 들어와
작은 네 발굽으로,
고인돌보다 무거운 생을 떠받치고 있다.
노간주나무 코뚜레에 꿰이고
쇠말뚝에 붙들어 매여
둥둥 떠가는 구름만 멀거니 바라본다.
노역으로 허리가 휘어진 우리 아버지처럼
한번도,
들이받아 보지 못한 뿔 속의 화(火)가
눈물로 삭아 그렁그렁 고여 있다.
(그림 : 김철자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