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전순복 - 사탕과 사랑 사이
누렁이 황소
2020. 8. 10. 18:34
알록달록 치장을 유혹이라 말하겠어요
누군가 당신을 까서 그의 입속으로 녹아드는 희망 말이에요
민낯을 보이면 깨지거나 붙어버리는 사탕
제 나름의 껍데기로 치장하고 기다리죠
오랫동안 방치된 사탕은 엉뚱한 곳에 외로움을 풀어내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죠
밀봉된 사탕에게 그곳이 유일한 세상이니까요
사탕은
그를 감싼 포장이 열리기까지 그냥 수많은 사탕이지만
누군가에게 한 알로 스며드는 순간 비로소 제 매력을 풀어내죠
사탕이 사랑이 되는 순간 말이에요
사탕과 사랑을 부를 때 혀가 발랄해지는 것은
단맛을 예감한 가슴이 마중물이 되기 때문이죠
오랜 시간 기다리던 사탕은
와자작 깨무는 것보다 당신의 혀끝에서 서서히 녹기를 원해요
불멸의 사랑은 아니지만 천천히 음미하는 시간을 원하죠
알록달록 사랑을 몇 개나 먹어보셨나요
혹시 굴리다 내뱉은 사탕은 없나요
함부로 뱉었던 사랑이 옷이나 머리카락에 달라붙어 곤란했던 적은 없었나요
단맛을 사탕이라고 이름 지은 최초의 사람은
오미(五味)의 사랑을 겪어본 적 없는 단순한 사람이었을 거예요
사탕과 사랑은 유통기한이 없지만
당신을 사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조심하세요
(그림 : 안소현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