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유안나 - 줄

누렁이 황소 2020. 8. 10. 16:49

 

 

외줄이 조마조마

한 한생을 건네주고 있다

 

생은 어차피

건너편에서 기다리는 말뚝에 걸리는 것

 

얼굴 없는 줄이 손을 내민다

여자가 두 손을 나비 날개처럼 벌리고

한 발 한 발 내딛는다

 

사실 그녀는 수천의 바람이 빚어낸 사람

바람의 날개가 발이 된 사람

 

핑그르르 도는 허공을 내디딘 발목에

한낮의 붉은 혀가 감긴다

 

어쩌자고 사람들은 저 여자를 까마득한 외줄 위에 세워놓고

흔들리는 줄을 갉아대는 시간의 이빨을 바라만 보는가

 

그녀가 간다

이쪽에서 저쪽까지

 

흔들흔들

아슬아슬

(그림 : 방정아 화백)